큰 아이의 뿌아사(puasa, 라마단 금식) 체험

이 곳은 인도네시아. 오늘 날짜 4월 2일부터 2022년 <라마단> 금식기간이 시작되었다. 아이 친구들의 일부도 라마단 금식을 하겠다고 선언하여, 우리 아이도 관심이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4월 1일 밤, 큰 아이는 자기 전에 "아빠! 나도 뿌아사 한번 해보고 싶어, 새벽에 깨워줘."라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답했다.

큰 아이의 뿌아사(puasa, 라마단 금식) 체험
flickr/bytracy

이곳은 인도네시아. 오늘 날짜 4월 2일부터 2022년 <라마단> 금식기간이 시작되었다. 5월 2일까지 금식은 계속된다.

<라마단 금식>에 무슬림(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해가 뜨는 시각부터 해가 지는 시각까지, 즉 해가 떠 있는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다.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평소처럼 식사를 할 수 있다.

새벽 3시 경이 되면, 동네가 떠나갈 뜻 이슬람 사원(masjid, 마스짓)들은 평소에 사용하는 대북방송 스피커 같은 장비를 사용해서,  "사후르! 사후르!"를 외친다. 얼른 일어나 씻고 기도를 한 후 해가 뜨기 전에 한 끼를 떠야하는데, 이 식사를 <사후르(Sahur)> 라고 부른다. 이것을 실패하면, 하루의 금식의 실패로 이어지므로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사후르 소리는 아래 유튜브 영상을 확인하자. 조곤조곤 시동을 걸더니 샤우팅! "사후르! 사후르~~~~~!"

인도네시아 공군은 사후르 시간에 맞춰 새벽마다 비행훈련을 진행하기도 한다. 새벽에 저공비행을 하며 애프터버너(재연소장치)를 작동시키는 등 의도적으로 소음을 발생시키라는 지시를 받는다고. 이런 훈련은 종교적인 측면 외에도 조종사들의 안전 역시 고려한 조치라고 한다. 금식으로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낮에 비행훈련을 할 경우 자칫 사고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론이 길었다.

큰 아이의 학교 친구들 절반은 인도네시아 국적이고, 이들 가정의 대부분은 이슬람교를 믿는다. 일부 친구들이 라마단 금식을 한다고 선언하여, 우리 아이도 관심이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4월 1일 밤, 큰 아이는 자기 전에 "아빠! 나도 뿌아사 한번 해보고 싶어요, 새벽에 깨워줘요."라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답했다.

다음 날, 새벽 4시 쯤 큰 아이를 깨웠다. 일층 주방으로 내려가 조심조심 - 엄마와 동생은 자고 있으니 - 견과류가 올라간 초콜렛 도너츠와 작은 바나나 하나 그리고 치즈 한 조각과 우유 한 잔을 먹게 했다. 해가 뜨면 물도 못 먹는 거라고 했더니, 마지막엔 물도 더 마셔 두었다.

4월 2일 욕야카르타의 해 뜨는 시각은 오전 5시 55분, 해 지는 시각은 오후 5시 57분. 자, 이제 활시위는 당겨졌다. 큰 아이는 오후 5시 57분까지 물도 먹지 않고 버텨볼 것이다. 아침은 아주 일찍 먹어버린 것으로 치고, 점심은 완전히 거른다. 태어나서 처음 끼니를 거르는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닌가. 대견하다.

나는 새벽 5시에 다시 잠을 청했고, 아이는 잠이 안 온다며 그림을 그리겠다고 거실에 남았다. 새벽에 아이 깨워서 사후르 타임을 갖느라 피곤했는지 나는 늦잠을 자버렸다. 깨어나 보니, 아내와 작은 아이는 아침을 이미 다 먹었다. 큰 아이도 같이 아침을 먹었다고 한다. 잉?

아빠: 너, 뿌아사 한다며?
큰 아이: 아, 너무 배가 고파서 아침을 또 먹었어. 너무 맛있었어 아침 식사!

이렇게 큰 아이의 뿌아사 체험은 막을 내렸다. "금식을 해야하는 날"이 "아침을 두 끼를 먹은 날"이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 아침을 두 번 먹는 체험을 한 것이 아닌가.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