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인증 소프트웨어
아내는 나에게 계란심부름을 시킬 때면 꼭 동물복지인증 계란을 사오라고 한다. 기계적으로 심부름을 잘 수행하던 어느 날 문득 동물복지인증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번 찾아 보았다. 동물복지는 영국 농장동물복지 위원회(FAWC)의 '동물의 5대 자유'[1]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데, 결론적으로 낮은 사육밀도(동물복지인증을 받지 않은 곳은 보통 아이패드보다 좁은 공간에 닭 한 마리)와 더 나은 사육환경, 외과적 규정(부리 자르기 금지, 강제 털갈이 금지) 등을 준수하는 농장에 동물복지인증을 해주고, 여기서 생산된 계란에는 동물복지인증 마크를 붙일 수 있게 한 것이다.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가는 일반 농가에 비해 시설비가 높기 때문에, 여기서 생산되는 달걀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동물복지가 옳다고 생각하여 지지하거나,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닭이 산란한 계란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동물복지인증 계란을 선택하여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동물복지인증과 같은 개념을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넓직한 책상과 낮은 개발자 밀도의 환경에서 일하며 스트레스를 덜 받고, 무리한 일정에 쫓기지 않고, 야근을 줄여 아빠/엄마 있는 저녁을 가질 수 있는 개발자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버그도 적고 품질도 우수하지 않을까? 어감이 좀 그러하니 이 쯤에서 동물복지인증을 '개발자복지인증'이라고 바꾸어 써 보자. 소비자들이 점차 의식을 가지고 개발자복지인증 마크가 붙은 소프트웨어를 선택해주고, 정부도 개발자복지인증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외주용역 프로젝트를 줄 때도 개발자복지인증 업체에 맡기는 거다. 그렇게 하면 그만큼 개발자들의 개발환경이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이쯤되면 구디[2]나 가디[3]를 지역기반으로 출마하여 여의도로 가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미 정계로 나가신 안철수 의원 같은 분이 더 잘 해 주실 것으로 믿고 저는 본업에 충실하려고 한다. 한편, 우리 팀이 만들고 있는 NC Launcher는 동물복지인증 마크를 붙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퇴로 열어놓기. ㅎㅎ)
첫째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둘째 불편으로부터의 자유, 셋째 고통과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넷째 정상적인 활동을 할 자유, 다섯째 공포와 불안으로부터의 자유. ↩︎
구로디지털단지의 준말, 개발자 인구밀도가 높은 곳 중 하나 ↩︎
가산디지털단지의 준말, 개발자 인구밀도가 높은 곳 중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