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 무섭지 않아요
충분히 기다렸다 시작하면 수월하게 끝나는 일이 있습니다. 두리안을 까는 일도 그 중 하나입니다.
너무 서두르면 커다란 식칼에 목장갑까지 끼고 땀뻘뻘 흘리며 열어야 합니다. 껍질이 너무 단단하고, 날카로운 가시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기다려주면 알아서 금이 갑니다. 그 틈을 이용해서 열면 그냥 '맨손'으로도 열 수 있습니다.
“떨어진 두리안을 얻다(mendapat durian runtuh)”라는 인도네시아 속담도 있는데, 이건 "횡재하다"란 뜻이라고 합니다. 호박이 넝꿀째…랑 비슷한 느낌. “그 사람 완전 떨어진 두리안 얻었구만!”
인도네시아에서 사는 재미 중 하나는 두리안을 먹는 것입니다. 가족 모두가 좋아합니다.
인도네시아어를 조금 알고 나니, 이름도 사랑스럽습니다. 가시가 인도네시아어로 Duri(두리)이고, 여기에 접미사 -an을 붙인 것이 두리안입니다. 한국말로는 가시뭉치 정도되겠습니다. 한번 쯤 들어보셨을 람부탄(Rambutan)도 Rambut(털)에 -an을 붙인 것이었습니다. 털뭉치, 털복숭이 정도 되겠습니다.
두리안 나무는 10m에서 50m 까지도 있다고 하고, 두리안이 자유낙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나무 근처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